8.18 월요일
간신히 붙어있던 의욕이 한여름 무더위와 함께 녹아내린듯하다. 내가 올해 꾸준히 하려 했던 계획들이 흐지부지 되고 있다. 매일매일 기록하던 일상기록은 이틀에 한번, 삼일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으로 몰아서 쓰더니 이젠 2주 정도 손을 놔버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간신히 정신줄 붙잡고 앉아 오늘은 글을 써본다.
아침출근길에 살짝 비가 내렸다. 챙겨간 우비를 입고 열심히 달려갔다. 지난주 4일간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일하려니 몸이 더 힘들다. 사실 몸은 항상 힘들다. 일하기 싫은 마음 때문에 더 힘든거겠지. 달콤한 노는 맛에 며칠 빠졌있었느니.. 하지만 추석 연휴 아직 남아있다. 그때를 생각하며 또 잘 버텨보자.
8.19 화요일
아직 햇살이 뜨겁지만 살랑 부는 바람 끝에 가을이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 청량한 하늘에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였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 아이가 다니는 수영장으로 갔다. 도서관에 들러 오랜만에 책도 빌리고 소파에 앉아 아이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집으로 돌아와 배고픈 아이를 위해 닭갈비 볶고 순두부찌개 끓여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밀린 빨래 돌리고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보다 보니 금세 잘 시간이다. 지난주 여행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걸까 어제오늘 계속 피곤하다. 그만 자야겠다.

8.20 수요일
오늘은 5시 퇴근, 에고 이젠 허리가 아프다. 왼손 관절은 잘 안 펴진 지 오래.. 몸 쓰는 일을 많이 했더니 하나 둘 삐그덕 댄다. 파스 붙이고 자야지..
8.21 목요일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 아이수영장이 있는 도서관으로 갔다. 아이 강습받는 동안 나는 독서를 했다. 책만 읽었다 하면 잠이 쏟아진다. 나른한 오후에 독서는 꿀잠을 부른다. 도서관 소파에 누워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미 몇몇 분은 소파에 기대 주무시고 계셨다. 동질감이 느껴진다. 계단의자 벽 쪽에 자리가 생겨 냉큼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붙였다. 난 도대체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온 건지 잠을 자러 온 건지 모르겠다.

8.22 금요일
요즘 집안 구석구석 정리하는 중이다. 지지난주엔 냉장고 정리, 지난주엔 옷정리, 오늘은 주방정리다. 필요 없는 물건들이 어느새 또 많이 쌓여 버릴 것들이 한가득이다. 식기 건조대도 새로 구매해서 설치하고 주방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렇게 편하고 넓게 쓸 수 있는데 왜 진즉 생각을 못했을까.. 집안일은 한번 건들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치우고 닦고 정리하고 버리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번에 치우려니 몸이 고생이다. 다음에 쓸 수 있을지 모르니까 눠둬야지 했던 물건들은 결국엔 안 쓰게 된다. 이젠 바로바로 버려야겠다. 없으면 없는 대로 미니멀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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